• [박용기의 사진공감]11월의 숲에 서서
  • 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13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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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은 가을이 절정에 이른 후 서서히 겨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때이다. 더위와 비바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무들은 이제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치장을 하고 또 한 해를 살게 한 자연에게 감사하는 축제를 벌이고 있다.
ⓒ2013 HelloDD.com

11월은 가을이 절정에 이른 후 서서히 겨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때이다. 더위와 비바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무들은 이제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치장을 하고 또 한 해를 살게 한 자연에게 감사하는 축제를 벌이고 있다.

얼마 전 대학교 동창회에서 온 우편물을 보면서 잠시 놀란 적이 있다. 봉투에 ‘송년회 초대’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벌써 왠 송년회?” 하는 의아함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니 벌써 11월이었다. 그래서 잠시 한 해를 훑어 보게 되었다.

▲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지나 간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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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바위와 돌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고 그 사이로 물살이 빠르게 흘러가는 계곡처럼 크고 작은 기억을 따라 나의 한 해도 빠르게 지나갔음을 느꼈다. 큰 바위 앞에서는 물살이 느려지거나 맴돌면서 머물기도 하지만 그 곳을 돌아 나갈 때엔 빠르게 흘러가는 계곡물처럼, 나의 시간들도 그렇게 흘러간 것 같았다. 조금 어렵고 힘든 일 앞에서는 더디 가던 시간도 지나고 보니 한 해가 너무도 빨리 흘러왔음을 느끼게 된다. 정말 어떤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어떤 때는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지나 간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럴까?

이러한 시간의 마술은 바로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같은 시계를 각자의 마음 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체에는 생체시계라는 것이 하나씩 있는데, 우리의 생체시계는 해가 뜨고 지는 등 외부의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데에는 이러한 생체시계의 리듬뿐 아니라 심리학적 상태, 지식, 개성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 벌써 송년 파티를 벌이고 있는 11월의 숲에 선다. 마치 날아가는 노란 나비 모양으로 단장한 조록싸리 잎들도 숲 속 송년회에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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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머리는 감각자극 신호를 많이 처리해야 하는 일을 할 때에는 실제로 그 일을 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간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감각자극 신호가 적은 일을 할 때에는 그 일을 하는데 걸린 시간을 짧게 느낀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농담을 하였다고 한다. “한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와 한 시간을 함께 앉아 있다면, 마치 1 분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를 뜨거운 난로 위에 1 분간 앉아 있도록 한다면 그에게는 1분이 어떤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상대성이다.” 뜨거운 난로에 앉을 경우 엄청난 감각자극 신호가 들어오게 되어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긴 시간으로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한 몇 가지 가설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 자신의 생애의 길이를 시간 측정의 단위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1년이 자신의 생애에 비해 짧아진다. 또 다른 가설로는 지나간 시간을 인식하는데 있어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의 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한 해를 마감하고 떨어진 낙엽도, 아직 푸르른 빛을 잃지 않은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도 눈물겹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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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하루에도 많은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기억 속에 많은 사건들의 정보가 담겨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년을 돌아보면 수 많은 정보들이 줄지어 있어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일상적인 일들이 많고 새로운 경험이 많지 않아 기억 속에는 섬처럼 띄엄띄엄 사건의 정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어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보통 나이 든 사람들의 하루는 단조롭기 때문에 지루하고 시간이 더디 가지만,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기억할 특별한 것들이 많지 않아 일년이 펼쳐진 종이를 접듯 접히어 얇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벌써 송년 파티를 벌이고 있는 11월의 숲에 선다.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한 붉은 빛으로 물든 겹벚꽃 나무, 복자기나무와 단풍나무가 아름답다. 마치 날아가는 노란 나비 모양으로 단장한 조록싸리 잎들도 숲 속 송년 파티에 참석하였다. 한 해를 마감하고 떨어진 낙엽도, 아직 푸르른 빛을 잃지 않은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도 눈물겹게 아름답다. 작은 씨를 매달고 있는 가녀린 풀 줄기는 햇살 가득한 숲을 화폭 삼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놓는다. 가을 햇빛을 듬뿍 받고 서 있는 키 큰 튤립나무들의 노란 빛도 유난히 곱다.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숲 속은 마치 꿈 속의 원더랜드를 보는 듯 황홀하기만 하다.

이렇게 11월의 숲이 아름다운 건 어쩌면 내일이면 다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낙엽이 지는 11월의 숲에 서면 나의 한 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들어 곱게 흘러갈 것만 같다.

▲ 작은 씨를 매달고 있는 가녀린 풀 줄기는 햇살 가득한 숲을 화폭 삼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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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 류시경

숲은
내가 가면 언제나
후덕하게 나이 든 노인처럼
흙과 풀과 꽃과 나무
가진 모든 것의 향기를 풀어
반가이 맞아준다
왜 내 땅에 들어왔느냐며
부러진 잔가지 하나 던지지 않는다

숲은
예쁘게 차려입고 찾아가도
마음만 앓아온 숫기 없는 총각처럼
자기 안에 꽃이 되어 달라며
가슴 열 줄도 모른다

숲은
내가 떠날 때
가지 말라 잡지도 못하고
애원의 말은 더 못하고
움직일 수 없는 큰 가슴이
떨면서 울 때
내 등 뒤에서는 항상 바람이 분다

바람 따라 한 잎 또 한 잎
떨어지는 낙엽
홀로 남은 숲의 눈물이다

▲ 가을 햇빛을 듬뿍 받고 서 있는 키 큰 튤립나무들의 노란 빛도 유난히 곱다.
ⓒ2013 HelloDD.com

▲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숲 속은 마치 꿈 속의 원더랜드를 보는 듯 황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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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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